최근 프로야구 경기장은 단순한 스포츠 관람 공간을 넘어, 고급화된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러 구단들이 프리미엄존, VIP 스위트룸과 같은 고급 서비스를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 변화가 경기장 방문 경험 전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특히 인기 경기에서 빠르게 매진된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VIP존 확대와 맞물려 팬 경험을 왜곡시키고 있다. 암표가 성행할수록 구단은 “현재 가격이 낮다”는 시장 신호를 받아들이며 프리미엄존을 늘리거나 정가를 인상하고, 동적 가격 정책까지 도입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일반 팬들의 접근성과 만족도는 낮아지고 신규 팬 유입도 어렵게 된다. 결국 구단 브랜드가 ‘특권층 전용’ 이미지로 굳어질 위험이 있어, 이 문제를 장기적인 팬 경험·브랜드 가치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암표의 문제점
① 팬 접근성 저하
- 인기 경기 티켓이 정가로 판매되기 전에 대량 선점 → 실제 팬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표를 구하기 어려움.
- 신규 팬, 가족 단위 관람객, 청소년 팬이 현장 문화를 접하기 힘들어짐.
② 시장 왜곡 및 가격 폭등
- 암표 가격이 정가 대비 2~5배 이상까지 올라가며 정상적인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짐.
- 정가가 실제 시장 가치보다 낮다는 신호가 되어, 향후 구단의 티켓 가격 인상·VIP존 확대 명분으로 사용됨.
③ 구단 수익 누락
- 암표상(제3자)이 이익을 가져가고, 구단은 프리미엄 마진을 확보하지 못함.
- 구단 입장에서 직접 손해는 아니지만, 잠재적 추가 수익 손실 발생.
④ 팬덤 불만과 충성도 하락
- 정가로 구매하지 못하고 암표를 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팬들의 불만이 누적됨.
- ‘구단이 암묵적으로 묵인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브랜드 이미지 손상.
⑤ 불법 거래·안전 문제
- 비공식 경로에서 거래가 이뤄져 사기·위조 티켓 피해가 발생.
- 경기장 입장 시 혼란, 보안 문제, 불법 중개업자 확산으로 이어짐.
프리미엄존 확대의 문제점
- VIP·프리미엄존 확대는 일반석 축소로 이어져, 합리적 가격대의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 가격 인상과 공간 배분의 불균형으로 기존 충성 팬과 신규 팬의 관람 접근성이 저하된다.
원인
암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인기 경기의 티켓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충성 팬과 일반 관중 모두가 표를 확보하려 하다 보니 정가로는 빠르게 매진된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암표상이나 일부 개인이 대량으로 티켓을 선점해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되팔며 추가 이익을 노린다. 또한 현행 예매 시스템이 실명제나 거래 추적이 미비해 암표 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선예매·우선예매 좌석이 암표상에 집중적으로 넘어가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수요, 제한된 좌석 수, 관리 사각지대가 맞물리면서 암표 시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프리미엄존 강화 원인
- 재무적 압박: 한정된 경기장 수용 인원에서 최대 수익을 창출하려면 고가 티켓 비중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 스폰서십 수요 증가: 기업 고객과 VIP 스폰서가 늘어나면서 일반 팬보다 VIP 고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구조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 경기장 현대화 트렌드: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서 럭셔리 스위트룸, 프리미엄 다이닝 서비스가 표준화되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결과
- 경제적 결과:
VIP 티켓 판매로 단기 수익은 증가하지만 일반석 축소로 전체 관중 수가 줄어들 수 있다. (프리미엄존의 고가 비용에 맞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인당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 단위 면적 당 수용 가능한 인원이 줄어들게 됨.)
- 팬 경험의 양극화:
일부 팬은 특권적 서비스를 누리는 반면, 일반 팬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장기적 팬 충성도가 하락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비교적 고려할 가치가 떨어지는 부분으로 보이나 특권적 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해 고려가 필요함. 프로 야구의 치솟는 인기에 예매가 다소 힘들어지고 있음. 그 예시로 1,2위 경기,주말 시리즈가 겹치는 8/8 경기는 일반 예매에서만 풀리는 자리 제외 선예매에서 거의 매진되었음.
분석
현재 KBO 리그 티켓 예매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암표를 꼽을 수 있다. 인기 있는 경기는 매우 빠르게 매진되곤 하지만, 암표 거래 플랫폼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쉽게 거래된다. 예매 후 사정이 생겨 팬들끼리 정가에 양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가 이상에 거래된다. 이 때문에 신규 팬 유입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사실상 제재가 쉽지 않다. 선예매·선선예매로 풀리는 좌석이 암표 사이트에 꾸준히 올라오면서 팬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프리미엄존까지 확대된다면 프로야구 경기 티켓 가격이 평균적으로 더 오를 것이고, 팬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존 확대에 앞서 암표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암표 문제는 콘서트, 뮤지컬 업계에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만약 암표가 주최 측에 경제적 악영향을 준다면 이미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암표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켓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암표로 직접적인 손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암표가 발생하려면 티켓이 전량 판매되어야 하고, 그 시점에서 구단은 이미 해당 티켓의 가격을 전부 확보한다. 둘째, 티켓이 빠르게 매진되고 암표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프리미엄·희소성 이미지가 강화된다. 인기 경기가 매번 매진되고 암표 시장에서까지 잘 팔린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이 정도 가격에도 사람들은 산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이를 근거로 동적 가격 정책을 도입하거나 프리미엄존을 강화하고 정가를 올릴 명분을 얻게 된다.
여기서 동적 가격 정책은 경기 인기와 상황(주말, 라이벌전, 순위 등)에 따라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MLB, EPL 같은 리그에서도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암표 거래는 줄어들 수 있지만, 공식 티켓 가격이 암표 수준으로 상승하고 구단이 암표상이 가져가던 이익을 흡수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기 경기일수록 가격이 폭등해 충성 팬조차 원하는 경기를 합리적 가격에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 “돈 있는 팬만 볼 수 있는 경기”라는 인식이 생기며 팬덤의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또한 동적 가격이 암표 수익을 일부 흡수하더라도 수요 예측이 빗나가거나 특정 좌석이 계속 매진된다면 암표는 다시 등장할 것이다. 비싼 티켓을 산 관중들이 경기보다 프리미엄 서비스에 집중하게 된다면 응원 문화와 팬 커뮤니티 활동이 위축되고, 스포츠 특유의 집단 열기가 약화될 위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적 가격 정책은 도입 전 충분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프리미엄존 운영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구단이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VIP석과 프리미엄존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티켓 단가가 올라가고 부가 서비스 수익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반석이 줄어들고 평균 티켓 가격이 높아지면, 기존 충성 팬들과 신규 팬들이 경기장에 접근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특히 VIP존 중심의 좌석 구조가 강화될수록 경기장은 ‘특권층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자연스럽게 팬덤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프리미엄존을 운영하는 목적이 단순히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면, 장기적으로는 구단 브랜드가 대중성과 거리를 두게 되고 전체 팬 경험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VIP석과 프리미엄존은 수익 창출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지만, 일반 팬들의 접근성과 응원 문화를 보존할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암표 문제와 마찬가지로 팬 충성도 하락, 신규 팬 유입 저하,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구단은 VIP 고객을 만족시키면서도 합리적 가격대 좌석과 다양한 팬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팬 경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전략적 대안
- 암표 억제와 가격 정책 개선
실명제 확대와 공식 재판매 플랫폼 운영으로 암표상 대량 구매를 차단하고, 팬들이 정가에 안전하게 티켓을 양도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AI 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매크로나 반복 구매 계정을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동적 가격제는 인기 경기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며 청소년·가족석 등 일부 구역은 정가를 고정해 가격 양극화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 VIP존 수익 재투자와 좌석 비율 관리
VIP존에서 발생한 추가 수익 일부를 팬 혜택, 경기장 시설 개선, 청소년과 신규 팬을 위한 저가석 확대에 재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경기장 내 일반석 최소 비율을 보장해 전체 평균 티켓 가격 상승을 방지하고, VIP존 확장 시에도 일반 팬의 좌석 경험이 축소되지 않도록 공간 설계를 최적 화해야 한다.
- 팬 경험 다양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
VIP존 외에도 패밀리존, 학생석, 응원석 등 다양한 가격대와 테마의 좌석을 제공해 팬층을 넓혀야 한다. 팬 구매 패턴과 만족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좌석 배치와 가격 정책을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암표 시장 데이터를 반영해 가격 왜곡과 팬 접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결론
암표 문제와 VIP·프리미엄존 강화는 서로 다른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인기 경기에서 빠르게 매진된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구단은 “현재 가격이 낮다”는 시장 신호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결국 동적 가격 정책과 프리미엄존 확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늘어나지만, 평균 티켓 가격이 상승하고 일반석이 축소되면서 충성 팬과 신규 팬의 접근성이 낮아진다. 이는 경기장을 ‘특권층 전용 공간’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팬덤의 다양성·응원 문화·집단 열기까지 약화시킨다.
따라서 구단은 VIP 고객 만족과 수익 확대만을 좇기보다, 암표를 억제할 제도적 장치와 합리적 가격 정책, 그리고 일반 팬의 참여 기회를 보장할 균형 있는 운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프로야구가 대중성과 고급 서비스를 동시에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팬덤과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